무츠노카미 봇(@mutsunokami_kor)과 나눈 멘션을 바탕으로 작성됨 (사용을 허락해주신 봇주님께 감사드립니다! ^0^)
《악속할게 -上-》
by 두냐후
"어흐흐흑… 내 친구들아… 지금은 어데서 뭘 하고 지내고 있능가…."
계절은 초여름, 그리고 날씨는 쾌청.
그러나 이 멋진 날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슬픈 목소리가 본성의 어디선가 들려오자 부엌에서 간식거리를 챙겨서 나오던 아게하는 무시코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광경에 놀라서 일순간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틀림없이 무츠노카미 요시유키.
사카모토 료마의 애검으로, 도검남사로 현현한 그의 성격은 그야말로 긍정쾌활의 결정체. 본인의 입으로는 신선조 녀셕들과는 싸울 것 같다고 말했으면서도 그 특유의 성격으로 나름 원만하게 지내고 있으며 언제나 활기찬 웃음으로 본성의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어주던 그가…
지금,
울고 있다.
혹시라도 벌써부터 더위를 먹어서 헛것이 보이는거 싶어서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지만 아게하의 눈에 비친 광경은 변하지 않았다. 무츠노카미가 웃음기라고는 전혀 없는 얼굴로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며 혼자서 처량맞게 앉아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 거지… 왜 무츠노카미가 울고 있는 건데?!
상상도 해보지 못한 모습에 놀라서 굳어있던 아게하는 무츠노카미가 금방이라도 다시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곁으로 다가가 무츠노카미의 어깨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어깨에서 느껴지는 손길에 얼굴을 살짝 돌린 무츠노카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게하의 얼굴을 보고서는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어째선지 아까의 눈물을 쏟을 것 같던 얼굴보다 더 슬퍼보여서 아게하는 속으로 숨을 급히 삼켰다. 그런 그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츠노카미는 다시 정원 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누구에게랄 것 없이 말을 계속했다.
"신선조 녀석들은 요렇게 모여있고, 이치고네 아그들도 모여있고 헌디… 나는…"
말을 하다가 목이 메여서 차마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한참 후에 전보다 한결 작아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덧붙였다.
"나는 나 혼자인가…"
그 단 한마디에서 옛 친구들을 향한 무츠노카미의 그리움과 그의 외로움이 뼈에 사무치게 느껴져서 아게하는 마음이 아팠다. 그랬구나, 쓸쓸해했었구나. 전혀 몰랐다는 죄책감과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다는,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아게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입을 열었다.
"언젠가 네 친구들도 찾을 수 있을거야… 반드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해버린 순간 잠시 멈칫했지만 점차 확신이 생겼다. 코테츠 형제들도 라이파의 귀차니스트 안경도 비교적 최근에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들었다. 더구나 가장 최근에 소식이 들려온 이치고의 다른 동생은 금방 찾아오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네 친구들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면 반드시 찾아줄게.
그런 마음을 담아 아게하는 무츠노카미의 손을 꼬옥 쥐었다.
무츠노카미는 그녀의 말과 행동에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도 아까의 힘없는 미소가 아니라 좀 더 기운을 차린 듯한 미소였기에 아게하는 조금, 아주 조금 안도했다.
"그렇게 말 해준께 위로가 좀 되구마… 그려, 기다리면 오긋제. 시간이 지난께 하카타도 오구 아카시도 왔응께, 본성에서 기다리믄 될기여."
아게하는 무츠노카미의 말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반드시 그럴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정부가 하는 일이었기에 언제 무츠노카미의 친구들을 찾게 될지는 아게하 자신도 아는 바가 전혀 없었기에 차마 그 말은 할 수 없었다.
아마도 기약없는 기나긴 기다림이 될 가능성이 더 크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웃어보이는 그가 안쓰럽고, 또 안타까워서 아게하는 일부러 기운 찬 목소리고 무츠노카미에게 말했다.
"나도 같이 기다려줄게."
네가 본성에서 혼자 친구들을 기다리지 않도록,
다시는 혼자서 외로워 하지 않도록,
네 친구들이 올 때까지 네 곁을 지킬거야.
악속할게.
그 다짐이 어쩐지 프로포즈 비슷하게 느낌이라는 걸 아게하가 깨닳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 아주 한참 뒤의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