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빈자리

• 도검난무 무츠노카미 요시유키 드림
• 이전에 드림 전력 60분에 '빈자리'를 주제로 참가했던 글의 수정 버전
• 드림주 이름 언급 有

《당신의 빈자리》

by 두냐후

   혼마루의 주인인 사니와 아게하가 자리를 비웠다.

   오랜만에 현세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도검남사들은 아게하가 돌아올 때까지 휴가.

   주인의 배웅을 마친 도검남사들은 모처럼 주어진 기나긴 자유 시간에 기뻐하며 각자 하고픈 일을 찾아서 뿔뿔이 흩어졌다. 어떤 이는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어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다과 등 간단한 여흥을 즐기거나 놀이를 하는 가운데 한 명, 무츠노카미만은 툇마루에 걸터앉아서 정원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심심…하구먼."

   이전 같았으면 아와타구치네 단도애들과 어울려서 술래잡기라도 하며 놀았겠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그럴 기분이 들지 않는다.

   평소랑 다른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래. 사니와 아게하, 주인 아씨가 없다는 것. 

   그러고보니 최근들어 그의 곁에는 늘 아게하가 있었던 것 같다.

   언제부터였을까, 미술품이 아닌 칼로서의 자신을 바로 곁에 두던 마지막 주인을 잃고 지금까지 쭈욱 비어있던 그의 옆자리의 공간을 그녀가 채우기 시작한 것은.

   무심코 옆을 돌아보면 팔을 뻗었을 때 닿을락말락한 거리에 아게하가 있다.

   그녀는 주로 먹을거라든가 아니면 그녀의 시대에서 가져온 물건 등을 들고와서 그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거나 때로는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홀로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곤 했다.

   하지만 아게하가 본가로 돌아간 지금은 어딜봐도 그녀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하하… 아씨가 없응께 우째 허전한 걸."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이게 바로 그짝이다. 이 곳에 도착하던 순간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에 존재했던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어서 무츠노카미는 괜히 뒷통수를 긁적였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나 다른 남사들이 업무시간 외에 아게하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은 별로 없었다.

   일본어가 서툰 탓인지 아게하 쪽에서 먼저 나서서 그들과 어울리려고 한 적도 없었고 딱히 남사들 쪽에서도 일부러 그녀를 불러냈던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나마 단검 애들이 졸라대면 가끔 자리에 나오곤 했지만 다들 여흥이나 놀이 등에 정신이 팔려있다보면 어느샌가 방으로 돌아가고 없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그 날의 근시를 맡는 도검남사도 늦어도 저녁식사 이후에는 축객령을 받고서 방으로 돌아온다.

   처음에는 주인이랍시고 있는 일 없는 일을 만들어내며 실컷 부려먹는 종류의 주인은 아니여서 편하고 좋다며 기뻐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무츠노카미는 아게하가 도검남사들과 전장에 출진 할 때나 혼마루의 관리를 위해서 지시사항을 내리는 등 업무시간과 식사시간 이외에는 늘 혼자라는 걸 깨달았다.

   여태까진 당연하다는 듯이 넘겨왔던 사실이었는데 어쩐지 오늘따라 몹시 신경쓰인다.

   "그러고보니 아씨도 따지고 보면 혼자 몸이등가."

   아게하는 그가 태어난 시대의 사람도, 하물며 그가 태어난 땅의 사람도 아니다. 젊은 처자가 낯선 시대,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쌓인 형국이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다른 시대,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하니 신기해서 말을 걸었던 적은 있지만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질 못했다.

   한 번도 내색을 한 적은 없지만, 그녀 역시 때때로 쓸쓸함을 느꼈던 건 아닐까.

   "아니, 그라니께 가족덜이랑 친구덜 보러 간거겠제 무신 뻔한 말을 하는겨."

   전에도 혼마루에 동시대의 친구들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쓸쓸해 한적이 있지만 아게하가 없는 혼마루는 그 때 이상으로 쓸쓸하고, 텅 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무츠노카미는 자신도 모르게 토리이 쪽을 바라보았다.

   "빨랑 돌아오소, 아씨. 아씨가 없응께 기운이 안나어."

-끝-